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서 일어난 연합군 구출 작전을 다룬 전쟁 영화입니다.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전쟁의 공포를 청각적 경험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특히 한스 짐머가 작곡한 음악과 리처드 킹이 총괄한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놀란 감독은 "공포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온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각적 요소만큼 청각적 요소를 중요하게 다루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나 40만 명이 넘는 영국군이 독일군에 포위된 채 해변가에 고립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시계 소리가 죽음의 카운트다운처럼 관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시간과 공포를 표현하는 사운드의 힘
'덩케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시계 초침 소리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 디자인입니다. 한스 짐머는 셰퍼드 톤(Shepard tone)이라는 특수한 음향 기법을 활용했는데요. 이는 음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처럼 들리는 청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기법이에요. 마치 시계 초침이 계속해서 빨라지는 것 같은 효과를 주면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고조시키죠.
한스 짐머는 이 작품을 위해 실제 놀란 감독의 회중시계 소리를 녹음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시계 소리는 영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는데요. 때로는 실제 시계 소리처럼, 때로는 폭격기의 엔진 소리나 총성과 섞이면서 전쟁의 공포를 청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새비지'나 '프라이빗 라이언'과 같은 기존 전쟁 영화들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전쟁의 비극성을 강조했다면, '덩케르크'는 미니멀한 사운드로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냈죠.
삼위일체로 구성된 전쟁의 소리
영화는 육지(1주일), 바다(1일), 하늘(1시간)이라는 세 가지 다른 시간축으로 진행됩니다. 각각의 공간에서 들리는 사운드도 차별화되어 있는데요. 해변에서는 둔탁하고 무거운 폭발음과 함께 병사들의 숨소리가 주를 이루고, 바다에서는 물소리와 선체 진동음이 긴장감을 고조시켜요. 하늘에서는 스피트파이어 전투기의 프로펠러 소리와 바람 소리가 주된 청각적 요소가 되죠.
특히 각 공간의 전환 시에는 독특한 사운드 믹싱 기법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수중 장면에서 지상 장면으로 전환될 때, 물속에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가 점차 선명한 폭발음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러운 전환을 이뤄내요. 이러한 공간별 사운드의 차이는 각 상황의 특수성을 잘 표현하면서도, 시계 초침 소리라는 하나의 통일된 요소로 연결됩니다.
청각적 연출로 완성되는 전쟁의 공포
'덩케르크'는 대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사운드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총성, 폭발음, 비행기 소리 등 전쟁의 소리들은 단순한 효과음이 아닌,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요 요소로 활용되죠. 특히 음악과 효과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하여,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시계 초침 소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전자음을 결합했어요. 그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극도로 느리게 편곡하여 영화 후반부에 사용했는데, 이는 승리의 행진곡을 불안과 긴장의 정서로 재해석한 시도였죠. 또한 전략적으로 배치된 침묵의 순간들은 이어지는 폭발음이나 총성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청각으로 완성된 전쟁 영화의 새로운 지평
'덩케르크'는 시각적 스펙터클과 함께 혁신적인 사운드 디자인으로 전쟁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시계 초침 소리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 설계는 전쟁의 긴박함과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죠.
영화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청각적 몰입도를 통해 전쟁의 공포를 가장 실감나게 전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특히 IMAX 상영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처럼 청각적 요소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닌, 청각적 체험으로서의 영화로 승화시켰으며, 현대 영화 음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덩케르크' ott는 쿠팡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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