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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메모리스트' 초능력 수사극 tvN의 "메모리스트"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초능력 수사극이라는 장르적 신선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인간의 기억이 가진 아픔과 무게였어요. 시청자로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건, 범인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려 긴장하는 순간보다 오히려 동백이 누군가의 기억을 읽을지 말지 고민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었죠.기억과 마주하는 순간들동백(유승호)은 타인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형사예요. 누군가의 기억을 읽기 위해 손을 뻗을 때마다 그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문득 그의 능력이 축복이 아닌 저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죠. 유승호는 그저 멋있기만 한 히어로가 아닌, 매 순간 고뇌하는 인간 동백을 섬세하게 그려냈어요.피해자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하고, .. 2025. 2. 4.
영화 '500일의 썸머' 안티로맨스여도 괜찮아 2009년 개봉한 '500일의 썸머'는 로맨스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어요. 사랑이 이뤄지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여느 로맨스 영화와 달리, 이 작품은 관계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됩니다.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톰과 주이 디샤넬이 연기한 썸머의 500일간의 만남이, 마치 퍼즐을 맞추듯 비선형적으로 펼쳐지죠.로맨스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기존 로맨스가 해피엔딩을 약속했다면, '500일의 썸머'는 시작부터 이별을 예고해요. 내레이터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톰과 썸머의 관계에 푹 빠져들게 되는데요. 무엇보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감정선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달력을 넘나드는 감정선영화는 비선형적 구조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해요. 3일 차에.. 2025. 2. 4.
영화 '유전' 가족의 피로 그려낸 공포, 현대 호러 2018년 개봉한 영화 '유전'은 A24가 선보인 가장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데뷔작으로, 전통적인 호러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여 많은 국내 팬들도 생겨났죠. 영화는 미니어처 아티스트인 애니(토니 콜렛)와 그녀의 가족이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세대를 넘어 흐르는 상처의 그림자피 속에 흐르는 어둠의 유산할머니 엘렌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이면을 파고듭니다. 미니어처 작가인 엄마 애니, 정신과 의사인 아빠 스티브, 내성적인 아들 피터, 그리고 독특한 소녀 찰리... 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었죠.찰리의 행동은 예사롭지 않았어요. 죽은 새의 머리를 자르고, 이.. 2025. 2. 4.